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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 <코로나 19, 세계가 함께 겪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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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양현모기자
  • 20.03.26 09: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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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대학 김진우교수와 함께하는 <코로나 19, 세계가 함께 겪다 보니>


이탈리아, 기회가 된다면 살아보고 싶은 나라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자연환경과 문명의 잔해가 어울려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사하는 나라, 북위 35도에서 47도에 위치해 봄여름가을겨울과 그 변화의 과정이 설렘으로 충만한 나라, 먹을거리와 음악이 풍성하고 따뜻한 미소를 띤 사람들이 그때가 자신들 인생 최고의 순간인 듯 즐기는 나라. 이탈리아의 한적한 시골에서 아름다운 풍광에 넋 놓고 있다 보면, 때 마침 지나가는 누군가와 눈만 마주쳐도 사랑에 빠질 것 같다. 갱년기도 우울증도 비켜가지 않을까?

 

그런 그들의 디자인에는 유머가 가득하다.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원색의 물건들이 발랄하다. 빨간색 자동차, 노란색 와인 오프너가 길거리와 주방을 놀이터로 만든다. 차를 탈 때마다 와인을 딸 때마다 한 번씩 웃게 된다. 디자인 때문에 하루에 몇 번씩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보기만 해도 즐거운 이탈리아 디자인의 경쟁력이다.

 

디자인 분야에서 이탈리아와 쉽게 비교되는 곳은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으로 통칭되는 북유럽이다. 가장 남쪽의 덴마크가 북위 54도 위에 위치한다. 지구가 기울어져 있어서 그들에게 태양은 공평하지 않다. 화창하고 아름다운 여름의 낮은 백야가 있을 만큼 길지만 그래봐야 일 년에 2-3달뿐이다. 대체로 어둡고 우울한 날씨는 그들의 표정마저 그렇게 만든다. 키에르케고르의 자손답게 매사에 철학적이다. 그들의 디자인은 어떨까? 진지하고 심각하다. 대부분의 경우 원재료의 질감을 그대로 사용하고 인공적인 마감을 하지 않는다. 빈틈을 찾을 수 없는 최상의 디테일을 자랑한다. 평범하면서도 질리지 않고 단순하지만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북유럽 디자인의 경쟁력이다.

 

형태와 재료 면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 두 곳의 디자인, 하지만 이들에게는 결핍과 위기 속에서 경쟁력을 싹 틔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곳 모두 유럽의 변방에 위치한다. 이탈리아는 천연자원이 부족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북유럽은 기후조건이 불리하고 인구가 적다. 이탈리아 문화 예술의 부흥은 제2차 세계대전이 휩쓸고 간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기 위함이었고, 핀란드 디자인의 정체성은 오랜 속국으로부터의 독립에서 발아했다. 중부 유럽 주류 디자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대신 변두리의 단점을 당당히 드러냈다.

 

코로나19는 이제 지구촌 공동의 문제가 됐다. 함께 겪다 보니 비교도 쉽다. 발코니에 나와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주는 이탈리아인들의 동영상은 너무 그들다워서 가슴이 아프다. 3월에 실내에 격리돼야 한다는 것, 이탈리아 인들에겐 특별히 잔인하지 않을까. 사망자가 급증하는 이탈리아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한다. 덴마크의 지인들은 뭐가 어렵냐는 듯이 차분하게 집에 머문다. 내가 아는 그들은 평소에도 7시에 시작한 저녁식사를 거실의 소파로 옮겨와 자정이 넘도록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집에서 잘 놀기 대회가 있다면 그들이 단연코 1등이다. 작지만 아름다운 세컨드 하우스를 오가며 선물 같은 휴식을 즐기면 된다. 학교는 대부분 국공립이니 잠시 멈춤은 쉽고도 당연하다.

 

우리는 어떤가? 역시 놀랍고 다이나믹한 코리아다. 총선까지 맞물려 있으니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렵다. 이 작고 좁은 나라에 어쩌면 그렇게 다양한 에피소드와 현상이 가능한지 신기할 뿐이다. 이탈리아 인들처럼 흥이 많은 민족이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아파트 발코니는 개방형이 아니다. 북유럽인들처럼 얌전히 집에만 머물기에 남한의 봄은 너무 찬란하다. 우리의 열정과 에너지는 자원봉사로, 기부 행렬로, 위기를 극복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발현해 퍼져나갔다. 우리다운 방법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잠시 멈춤을 실천한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멈췄다. 급기야 교육부는 초중고 개학을 재차 연기했고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우리의 교육에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문제가 들러붙어 있다. 코로나 때문에 안부가 잦아진 덴마크 친구들은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 감동하다가도, 개강 연기로 인한 내 걱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멈추기 어려운 열차는 바로 학교와 (사)교육 아닐까?

 

위기나 재난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운명은 위기가 아니라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의해 결정된다.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정체성도 이때 모습을 드러낸다. 덮어두고 외면했던 단점, 한계, 문제점 등도 요란하게 부상한다. 그것에 마주하는 자세와 선택이 국가 혹은 지구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와 핀란드의 선택의 결과가 그러했듯이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들이 새롭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생각보다 훨씬 더 촘촘히 연결돼 있다. 지구촌 어딘가에서 누군가 고통 받고 있다면 그건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부디 힘내라, 이탈리아!

 

 

김진우, jinwookim@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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