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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 <브라질의 삶을 비추는 거울, 캄파나 형제의 파벨라(Favela) 의자>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 실내디자인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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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양현모기자
  • 20.02.13 09: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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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라 의자. 브라질 출신의 형제 디자이너, 페르난도(Fernando Campana)와 훔베르토 캄파나(Humberto Campana)의 작품이다. 나무 조각들만 있다면 나도 하나 뚝딱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남의 디자인을 베끼는 거 아니냐고? 그렇긴 한데 다른 제품들에 비해 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차피 똑 같이 만드는 건 불가능한 디자인 아닌가? 도면에 의해 기계적으로 양산될 수 없으니 공식적으로 만들어지는 의자들도 어차피 100% 동일하지 않다. 수공예품들처럼 만드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 캄파나 형제도, 누구나 쉽게 의자를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파벨라는 1991년에 태어났다. 어느덧 서른 해를 살았다. 이 의자와 캄파나 형제들의 작품을 문서로만 접했을 때는, 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환경문제, 혹은 환경문제에 대한 디자이너의 윤리문제, 재료에 대한 리사이클링 혹은 업사이틀링에 집중 돼 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는 의자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에 유독 재료만이 눈에 들어왔다. 2009년 2월, 독일의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나는 이 의자를 실제로 만났다. 마침 뮤지엄에서는 1989년부터 2009년까지 20년 세월동안 쌓인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 제목은 <Antibodies>. 파벨라 의자는 나무 조각을 이용해 만든 다른 오브제들과 함께 전시됐다.

 

그제야 의자의 이름 파벨라가 눈에 들어온다. 파벨라는 빈민가, 슬럼가를 뜻하는 포르투갈어다. 이름이 상징하듯 의자는 슬럼가에서 살아가는 브라질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비춘다. 나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나라 브라질. 사람들은 무작정 도시로 올라와 빈 땅을 찾고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무질서하고 무계획적으로 집을 구축한다. 그러므로 이 의자는 브라질 사람들이 도시에서 생존하기 위해 행하는 일상의 축소판이다. 브라질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삶의 투쟁을 보여주는 오브제다. 그렇게 이해하고 보니 파벨라 뿐 아니라 캄파나의 모든 작업들이 총체적으로 정리된다. 목재, 헝겊조각, 끈, 튜브, 색색의 줄, 다양한 재질의 천 등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폐자재가 모두 그들 작품의 소재가 됨이 당연하다.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그들은 디자인과 순수 예술 사이의 좁은 길을 탐색해 왔다. 재료와 사물 사이의 콜라주를 시도했다. 그들 스스로가 학문이 구별해 놓은 경계의 굴레에서 자유로웠다. 페르난도는 건축학을, 홈베르토는 법학을 전공했다. 함께 일하고 있지만 개인적, 사회적 성향도 다르다. 훔베르토는 조각가, 페르난도는 개념미술가적인 특징을 보인다.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계를 창출하는 그들만의 작품세계가 펼쳐진다.

 

브라질은 소위 디자인의 선진국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다. 이유가 뭘까? 나는 그들이 표출하고 있는 지역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바꿀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브라질이라는 태생적 정체성을 작품에 녹여낸다. 원시림과 야생동물로 무성한 거대한 밀림과 상파울로와 리오로 상징되는 도시의 속도, 움직임, 대비. 이들로부터 받은 영감이 그들 작품의 주제, 콘셉트, 방향성이 된다. 디자인 영감의 원천이 남의 나라, 먼 곳, 특별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 나라, 내 삶의 터전,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세상은 오히려 가장 자기다운 사람, 가장 자기다운 물건에 눈길을 준다. 우리가 브라질을 디자인의 선진국으로 인식하진 않지만, 브라질인들의 삶, 자연, 도시, 일상에서 영감을 받은 그들의 디자인은 디자인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돌아본다. 내, 삶, 자연, 도시, 일상은 어떠했던가? 압축 성장을 겪는 와중에 다 잃어버렸다는 핑계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겠다. 보고 배울 선행 사례가 없다는 변명도 필요 없다. 그 모습마저도 ‘우리’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빈민가’가 작품의 콘셉트가 되는데, ‘압축 성장‘도 분명 가능 할 테지. 예술의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디자인의 영역에서도. 

 

 

 

<사진 1> Antibodies 전시도록 커버, Vitra Design Museum

 


<사진 2> 의자와 같은 이름인 파벨라(Favela)는 빈민가, 슬럼가를 뜻하는 포르투갈어다.

 


<사진 3> 파벨라 의자, 1991년 작, 이탈리아의 제조회사 Edra에서 양산된다.

 

 

 

 

김진우, jinwookim@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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