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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 <파이미오 체어, 스칸디나비아 모더니즘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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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양현모기자
  • 20.01.16 09: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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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알바 알토(Alvar Aalto). 명실상부한 핀란드의 국민건축가다. 알토의 대표작 중 하나인 파이미오(Paimio) 요양원. 1929년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핀란드 최소의 현대 건축물이다. 건립초기에는 결핵환자를 위한 요양원이었으나 현재는 일반 병원으로 사용된다. 알토는 자신이 설계한 공간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것들(가구, 조명, 집기, 문손잡이 등)을 직접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파이미오 병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건축물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의자 파이미오 체어는 환자 휴게실을 위한 의자다. 1931년에서 1932년 사이에 디자인 됐는데 아직도 양산된다.

 

이 의자는 당시로선 불가능했던 곡목성형 기술의 집합체다. 두께 3㎜의 자작나무를 유기적으로 성형했다. 접착제로 붙인 후 열을 가해 구부리는 방법으로 좌판과 등받이를 일체형으로 만들었다. 약 6.3㎜의 두께에 불과하지만 견고하면서도 유연하다. 그 전에는 불가능했던 기술의 성과다. 등받이 윗부분에 가로로 얇게 뚫린 부분은 장식이 아니다. 판재의 뒤틀림을 방지하고 환자의 목 부분을 쾌적하게 지탱하기 위함이다. 등받이의 각도는 110°로 기울어져 결핵 환자의 호흡을 돕는다. 좌판을 고정시키는 양측의 구조는 팔걸이와 다리의 역할을 한다. 팔걸이의 앞쪽 곡선은 환자가 일어날 때 잡기 위한 것이다. 섬세한 디테일이 아닐 수 없다.

 

파이미오 의자가 탄생한 시대적 배경을 보자.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은 유럽 국가들 간의 경제적 우위경쟁을 불렀다. 아르누보는 급격히 쇠퇴했고 그 자리를 독일을 중심으로 한 기능주의가 차지했다. 독일공작연맹, 바우하우스(Bauhaus), 데 스틸(De stijl)이 탄생했다. 이들의 디자인은 기계적이고 이성적이었다. 딱딱하고 차갑고 정교했다. 산업화시대의 문법과 자본주의의 흐름을 받아들였고 실천했다. 유럽 중심부에 있는 나라들은 그렇게 디자인사의 새 흐름을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에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었다. 그들의 감성에는 독일식 디자인이 맞지 않았다. 무턱대고 따라 갈 수 없었다. 불편하고 어색했다. 오랜 정치적, 역사적 부침 속에서 잊힐 뻔 했던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싶었다.

 

1924년, 프랑스의 시인이자 작가인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이 초현실주의 이론을 제시했다. 초현실주의란 1920년대 초 프랑스에서 전 세계로 퍼진 문예, 예술 사조다. 비합리적인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탐구하고 표현했으며, 인간과 생물의 형태를 추상화했다. 초현실주의 예술은 전반적으로 상징적, 원시적, 환상적, 우연적, 추상적, 불규칙적 특징을 드러냈다. 대표적 작가로 장 아르프(Jean Arp), 헨리 무어(Henry Moore),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등이 있었다.

 

예술이 디자인에 미친 영향은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나지만, 초현실주의의 영향력은 그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했다. 독일식 기능주의와의 차별화를 꿈꾸던 알바 알토는 초현실주의 예술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알토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처럼 자유분방하고 3차원적이며 생물학적 조형을 추구했다. 특히 장 아르프의 영향을 받았다. 알토는 아르프의 초기 작품에 나타난 유기적인 형태에 심취했고 이를 가구 조형에 녹여냈다. 핀란드 특유의 환경적 요소를 접목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이를 가구로 실현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재료의 한계를 극복했다. 가공기술 및 신소재 개발에 주력했으며, 그 과정에서 제조사와 장인과의 협업도 중요했다. 알토의 손을 거친 초현실주의 조형언어는 부드럽고 친근한 의자로, 테이블로, 조명기구로 탄생했다. 알토가 추구했고 실현했던 디자인을 우리는 유기적 모더니즘이라 부른다.

 

알토의 의자를 보면서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언어와 목소리를 찾는다는 건 얼마나 중요한가? 인간사, 디자인사 모두에 있어서 말이다. 강대국이 만들어 놓은 시대적 흐름에 무턱대로 따라 나서기보다 의심하고 반발하는 용기는 또 얼마나 소중한가? 나다운 무언가를 추구할 때,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는 만고의 진리를 파이미오 의자를 통해 다시 확인한다.

 

 

 

 

<사진 : Paimio chair> 파이미오 요양원 휴게소를 위해 디자인 한 의자. 초현실주의 조각가 장 아르프의 조형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 모더니즘 가구의 대표작이다.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 실내디자인전공
김진우, jinwookim@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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