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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 <바우하우스 정신,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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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양현모기자
  • 19.11.14 09: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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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우하우스>, 보고 나니 한국어 제목이 아쉬웠다. 원제는 <Bauhaus Spirit>. 우리말  제목도 <바우하우스의 정신>이었으면 어땠을까? 영화가 100년 전 바우하우스의 명성이 아닌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는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살피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의 전반부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과 작품들이 등장한다.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 요하네스 이텐(Johannes Itten), 파울 클레(Paul Klee) 등. 그들의 존재는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하지만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거기까지라면 아쉽다. 그런 생각이 들 무렵 영화는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로 넘어간다. 덴마크의 공간 디자이너 로잔 보쉬(Rosan Bosch), 베를린의 건축가 반 보 레-멘첼(Van Bo Le-Mentzel), 어번 싱크 탱크(Urban-Think Tank, U-TT)의 두 건축가, 알프레도 브릴렘보르그(Alfredo Brillembourg)와  허버트 크룸프너(Hubert Klumpner). 이 영화는 그래서 중반 이후가 훨씬 재밌다.

 

이들 모두는 일종의 사회 참여형 디자이너다. 자율성과 창의력을 지향하는 대안학교, 돈이 없는 사람도 도시에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초소형 DIY 주택, 남미 슬럼가 주민의 행복을 찾아 주는 공공 프로젝트, 이들은 더 나은 세상, 사람 중심의 디자인을 꿈꿨던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계승한다.

 

나는 특히 반 보 레-멘첼의 행보에 눈이 갔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의자, 집 등의 도면을 인터넷에 공개한다. 누구나 공짜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설계는 디자이너가 했지만 만드는 것은 도면을 가져간 사람들이다.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상사의 요구나 자본의 논리가 아닌 자신만의 디자인을 할 때 행복하다. 가장 나다운 생각,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터져 나온다.” 그의 디자인은 도면을 가져간 불특정 다수에 의해 변화와 진화를 거듭한다. 100개 1000개의 제품으로 확장된다. 건축가, 디자이너, 회사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 의해 발전해 가는 디자인, 집단 지성에 의해 리좀처럼 퍼져가는 디자인이다.

 

그의 디자인 중에 의자가 있다. 바우하우스 의자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제작비 24유로, 만드는데 24시간. 수입이 적은 사람들도 바우하우스 의자를 쉽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다분히 민주주의적 사고 아닌가?

 

영화 속 그가 말한다. “내 영웅들은 바우하우스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내게 화려한 물건이 아닌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라고 했다.” 그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바우하우스의 2대 교장이었던 한네스 마이어(Hannes Meyer, 1889~1954)가 언급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공산주의자였던 그는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했다. 바우하우스 교장들 중에 가장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다. 1대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와 3대 미스 반 데 로헤(Mies Van der Rohe)가 바우하우스 폐교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부와 명예, 국제적 영향력을 쌓아가는 동안 마이어는 망명가의 길을 선택했다. 지식인의 타협, 중립, 방관적 자세를 무조건 매도하기 어려웠을 역사적 질풍노도의 시기였지만, 그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하나의 길을 갔다. 그 과정에서 아내가 총살당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의 삶은 고단했을까? 초라했을까? 역사는 그렇게 기록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의 삶이 진정 어떠했는지는 본인만 알 수 있으리라.

 

마이어는 도제 교육을 받은 기능주의 건축가였다. 그에게 건축은 예술이 아닌 과학이었다. 멋지거나 우아할 필요 없었다. 기능적이고 저렴해야 했다. 수업 시간에 그는 학생들과 함께 1 제곱미터의 나무만을 사용해 튼튼하고 경제적인 의자를 만드는 실험을 했다. 누구나 살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험이 모두 성공했던 것은 아니었다. 실제 바우하우스에서 만들어진 의자나 제품들은 서민들이 소비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 경제적 수준은 물론 디자인과 예술을 이해하는 문화적 수준에 도달한 사람들만이 그들의 제품을 소비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점이 바우하우스와 반 보 레-멘첼의 접점이다. 그는 바우하우스에서 시작됐으나 완벽히 실현돼지 못했던 신념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의 작업은 1 제곱미터 하우스, 100유로 하우스, 작은 집 디자인 스쿨(Tiny house deign school) 등으로 이어진다.

 

그는 라오스 태생이다. 1976년 어머니와 함께 목숨을 걸고 메콩강을 건넜다. 가족 중 일부를 잃었지만 그와 그의 어머니는 독일에 정착했다.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진 속 라오스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작고 열악한 집들이 즐비했다. 냉장고와 TV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집. 새 집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집. 그러나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다. 적어도 그의 눈에는 그랬다.

 

인간의 행복은 집 사이즈에 비례할까?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공간은 얼마만큼 일까? 2050년에는 지구의 인구가 100억이 된다고 하는데 인류가 지금과 같은 크기의 집, 에너지, 음식을 원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까? 건축가의 꿈을 꾼 이후 내내 그를 따라다니던 질문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가격이 문제라면 사이즈를 줄이자. 너무나 작아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집을 만들자. 대신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나눠 쓰자. 그렇게 되면 수입이 적은 사람들도 자신의 집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2017년 베를린 바우하우스에서 시작한 “Tiny House design school”은 그가 했던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현장이며 증거다. 그의 실험에 의하면 인간이 행복, 기쁨, 감사, 감탄, 지식, 소통, 연대를 이루며 사는 데에는 그다지 큰 공간,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확신한다. 행복은 집의 크기에서 오지 않는다. 당신이 얼마나 창의적이냐에 달렸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자연광, 혹은 이웃이 만드는 소음, 골목의 냄새가 중요하다. 집의 사이즈는 삶의 질과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이 해야 할 일은 그런 집을 짓고 만드는 것이 아닐까? 경제와 자본의 논리를 따라가거나 그들에게 잠식당하지 않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하지 않을까?

 

마침 올해 열렸던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도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유산을 소개했다. 반 보 레-멘첼의 사례를 포함한 주택 실험들이 기획 전시됐다. 주제는 휴머니티. 미래에도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존재하길 바란다면 깊게 성찰해야 할 단어다.

 

 

<사진 1> 영화 바우하우스 포스터
 
 


<사진 2> 자신이 디자인 한 의자에 앉아 있는 건축가 반 보 레-멘첼(Van Bo Le-Mentzel)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 실내디자인전공
김진우, jinwookim@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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