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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 어느 천재 수학자의 현실과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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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박일호기자
  • 19.10.31 10: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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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천재 수학자의 현실과 환상

 

스스로는 환청에 시달리며 고통스런 일생을 보냈지만, 인류에게 고귀한 경제학적 발견을 선사한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뇌에서 일어난 일은?

 

놀랄만한 일이지만 한국인 3명 중 한 명은 정신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 6명 중 한 명은 정신질환으로 분류될 정도의 알코올 장애, 10명 중 한 명은 니코틴 장애를 겪고 있으며 우울증, 불안증, 식이장애 등 각종 성인 정신질환자가 719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희소한 정신질환이라고 여겨지는 정신분열증조차 평생 살아가는 동안 100명 중 한 명이 걸릴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병이 되었다.

 

200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정신분열증은 치질, 백내장, 폐렴, 맹장염에 이어 다섯번째로 입원 진료를 많이 받는 질병으로 분류됐다. 정신과 질환 중에서는 우울증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병인 셈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30년간 정신분열증을 앓다가 극적으로 회복된 후 일흔 살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내쉬의 일생을 다룬 영화다. 20대의 존 내쉬는 동료들에 비해 좋은 집안 출신은 아니었지만 오만한 수학 천재였다. 이 수학 천재가 유일하게 열정을 쏟는 것은 바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

 

그는 다른 학생들이 강의에 몰두할 때 비둘기가 모이를 쪼기 위해 머리를 몇 번이나 조아리는지 관찰하느라 잔디밭을 서성이고, 처음 본 아가씨에게 “우리 타액이나 교환하자”고 돌발적인 발언을 하기도 한다.

 

어느 날, 술집에서 금발 미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친구들의 짓궂은 경쟁을 지켜보면서 그는 드디어 자신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착안한다. 이것이 훗날 경제학 이론에 큰 영향을 미친 ‘균형이론’이다. 상대를 제압하고 경쟁에서 이기려는 의도가 오히려 더 큰 손해가 된다는 요지의 27쪽 짜리 논문으로 스무살의 청년 내쉬는 일약 학계의 스타로 떠오른다. 그러나 그의 독특하고, 복잡하고, 섬세한 천재성은 펄펄 끓는 열정과 끝없는 야망으로 인하여 ‘영혼의 암’이라 일컬어지는 정신 분열을 야기시켰다.

 

 

 

 

존 내쉬의 삶에 치명적인 고통을 남긴 정신분열증은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생기는 뇌 질환이다. 이 장애는 특히 인지 기능과 추상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분인 전두엽과 언어, 기억력 등에 영향을 미치는 측두엽 부위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난다.

 

정신분열증의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증상은 대부분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잘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초기에는 그저 대인관계를 꺼리고, 혼자서 공상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데 불과하다. 그러다 점차 주변사람들이 하나 둘 멀어지고, 누가 곁에 없는데도 소리를 듣는 환청과 주변에 없는 사물과 사람이 보이는 환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엉뚱한 피해망상과 과대망상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파처라는 사람의 지휘를 받아 암호해독에 열중하고, 소련 스파이들에게 쫓기는 것,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찰스 허만을 유일한 친구로 사귀는 것 또한 그의 환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일 뿐이다. 영화는 있지도 않는 그의 환상의 세계를 관객조차 현실로 착각할 만큼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존 내쉬 뿐 아니라 많은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정신질환을 앓았다. 네델란드 출신 화가 고흐는 정신분열증으로 인하여 자신의 귀를 자르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독일의 작가 휠더린도 33세부터 42년간 정신분열증으로 고생했다.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화가 뭉크는 여동생과 어머니를 폐결핵으로 잃고 나서 정신분열증이 발병했다고 한다.

 

이처럼 정신분열증은 대인관계의 충격, 외상, 환경적 요인 등이 결합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 정신분열병 환자가 있을 때 발병 확률은 10%, 부모 모두 정신질환을 앓았을 경우에는 46%의 발병률을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정신분열증은 불치병이 아니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환자의 46-68%가 치료와 약물복용으로 완치 또는 증상 완화를 보였다. 존 내쉬? 또한 35년의 세월을 고통 속에서 살았지만, 아내의 간호와 약물 복용으로 결국 회복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그의 뇌에서 정신분열증의 증세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자신의 의지로 그것을 극복하고, 휘둘리지 않을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현재 그는 연로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학 연구의 꿈을 새롭게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아마 존 내쉬가 젊은 나이에 영특한 기지로 무언가를 이루는 데에 그쳤다면 그는 ‘천재 수학자’의 한 사람으로만 기억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랄만한 의지로 정신분열증을 이겨내고 수학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아직도 연구를 계속하기에 우리는 그를 ‘아름다운 정신’의 소유자로 기억한다.

 

인간은 실패를 딛고 일어나기에 위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뇌에서 나온다. 어쩌면 진정한 천재성은 비상한 두뇌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는 의지에서 비롯되는 것일지 모르겠다. 

 

20세기 최고의 두뇌로 알려진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모든 인생은 단지 뇌에 그려진 그림일 뿐이다”고 말했다. 당신의 뇌는 지금 어떤 인생을 그리고 있는가. 인생 전체를 통찰하려거든 우선 당신의 뇌를 들여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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