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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 <까칠한 매력의 의자>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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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양현모기자
  • 18.06.29 08: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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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강한 사람들. 자신의 색채가 명확한 사람들. 예, 아니오가 분명한 사람들. 그들에게는 날 것이 주는 매력이 있다. 외모에서부터 튀는 경우가 많고 불필요한 친절은 생략하는 경향이 있어서 첫인상은 다소 나쁠 수 있다. 내 경험이지만 이들은 대개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에 대한 구분과, 구분의 기준이 명확하다. 줄다리기나 눈치 보기 등의 감정 소모를 피할 수 있다. 일 때문에 사람을 찾고 있는데 이런 캐릭터를 만나면 행운이다.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의자들이 있다. 거칠고 차가운 물성만으로 승부를 거는 의자들. 따뜻하지도 부드럽지 않은데 왠지 끌리는 의자들. 사례를 들자면, 프랭크 게리(Frank Owen Gehry, 1930-  )의 엣지스 시리즈(Edges Series, 1972)와 론 아라드(Ron Arad, 1951-  )의 웰 템퍼드 체어(Well Tempered Chair, 1986-1987)<사진 1> 같은 의자들이다. 단일한 재료를 사용해 원재료의 특성을 극대화했고, 추가적인 가공이나 마감 처리마저 생략했다. 재료에서 발휘되는 성질, 한계, 제작 과정 등이 이들 의자 조형언어의 전부다. 사람이 그렇듯 이런 종류의 의자들에서는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까칠한 의자는 “콘크리트 의자(concrete chair, 1981)”<사진 2>다. 스웨덴 디자이너 요나스 볼린(Jonas Bohlin, 1953-  )의 콘스트팍(Konstfack, University College of Arts, Crafts and Design in Stockholm) 졸업 작품. 이 의자의 재료와 구조는 두 덩어리의 콘크리트와 스틸 프레임뿐이다. 내가 이 의자를 실제로 봤을 때는 겨울이었다. 차갑고 거친 콘크리트와 녹슨 스틸 프레임을 보는 순간 앉기는커녕 만지기도 주저됐다. 보는 것만으로도 손이 시렸다. 무게 때문에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의자는 뭘 믿고 이리 당당한가?

 

콘크리트 의자는 스웨덴 가구제조회사 캘라모(Källemo)의 창립자 스벤 룬드(Sven Lundh)에 의해 양산됐다. 추후 다양한 버전으로 제품군을 확장했지만, 무겁고 불편하고 낯설었던 오리지널 모델은 딱 100개만 만들었다. 콘크리트 의자의 1번 모델은 약 25만 원, 하지만 100번째 모델은 약 2천8백만 원에 판매됐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19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면서 디자이너들은 획일성보다는 다양성, 단면성 보다는 다면성,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가치에 주목했다. 개인 스튜디오에서 예술작품과 같은 가구를 소량만 양산하거나, 산업시스템 속에서 양산되더라도 추후 사용자에 의해 차별화할 수 있는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다. 정량화, 평준화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고찰과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구란 무엇인가, 혹은 공간에 있어서 가구란 존재는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또한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개념에서 가구란 무엇인가 등이 세부적으로 논의되면서 가구의 개념은 확장됐다.

 

1981년, 때마침 밀라노에서 열린 멤피스(Memphis) 디자인전은 가구 디자인분야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을 알렸다. 이는 획일적 기능주의에 의해 잃어버린 미적 가치관을 살려내려는 운동이었다. 스웨덴의 디자이너들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합류했다. 오랫동안 스웨덴을 지배했던 기능주의적, 인간공학적 디자인에 반론이 제기됐다. 의자와 조각품, 디자인과 아트 사이의 경계에 대한 탐구와 질문도 이어졌다. 의자의 가치는 재료의 값어치와 무관하다는 콘셉트가 힘을 얻었다. 콘크리트 의자는 당시 이러한 스위디쉬(Swedish) 포스트모던 디자인의 지향점을 집약적으로 표출 한 것이었다.


그래픽 디자이너 피터 새빌(Peter Saville)이 2009년 《월간디자인》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디자인은 기능의 매개체에서 표현의 매개체로 변했다. 의자 역시 마찬가지다. 몸을 편히 지탱해 주지 않고 양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인간세상에서, 착하고 성실하고 예쁘고 무난한 사람들만이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모더니즘 시대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강한 개성과 까칠한 매력의 의자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치 아래 도도하게 탄생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유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에만 집중할 뿐, 다른 존재를 방해하거나 해코지하지 않는다. 더 다행인 것은, 명분만 주어진다면, 이들은 평범하고 성격 좋은 의자들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사진1>  프랭크 게리의 엣지스 의자(좌)와 론 아라드의 웰 템퍼드 체어(우). 단일한 재료를 사용해 물성을 극대화했고, 추가적인 가공이나 마감처리 마저 생략했다. 재료에서 발휘되는 특성, 한계, 제작과정 등이 이들 의자 조형언어의 전부다.
사진출처:
https://www.stephanwelzandco.co.za/
https://www.connox.com/

 

 

<사진2> 요나스 볼린의 콘크리트 의자의 오리지널 버전(상)과 이후 개발된 제품군(하)
사진출처:
 http://www.kallem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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